Pathos des Distanz
2011년 3월 12일 토요일
사는데 얼마만큼의 돈이 필요할까?
2010년 10월 4일 월요일
태국에서의 열흘
추석 연휴를 앞뒤로 태국 여행을 다녀왔다. 열흘정도.
원래 내 계획은 8월말에 중요한 일정이 끝나면 1주일 정도 제주도 올레에 혼자 여행 가는 거였는데
여행 좋아하는 친구에게 얘기했더니 자기랑 같이 추석 연휴에 외국에 나가자고...
너무 늦게 비행기 예약하느라 고생은 좀 했지만...예전에 한 책에서(제목은 기억나지 않지만) 카오산로드에서 만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인상깊게 읽은 덕에 꼭 한 번 가보고 싶었던 차여서 설레는 맘으로 태국으로 떠났다.
내가 연휴동안 태국에 간다니까 사람들이 보인 반응이 참 재밌었는데...
"왜 유럽을 가지 않고 태국을 가냐?"
"10일이나 태국에서 뭐 하냐?" (가장 많이 물어본 질문)
"태국은 이제 더 여행할 곳이 없는 사람들이 잠깐 바람쐬러 가는 데 아니냐?"
"태국 참 별로던데, 왜 태국가냐?"
....
배낭여행을 별로 해보지 않은 나로서는 "어디"가 중요하기 보다 내가 자유롭게 "여행"을 떠난다는 것이 더 의미있는 거였고, 예전에 다녀온 태국이 별다른 느낌과 기억을 만들어주지 못했기에 다시 한 번 찾고 싶었던 것뿐이었는데...사람들에게 태국은 그냥 3~4일 쉬러 다녀오는 곳, 못 사는 나라 정도로 생각되는 곳이었나 보다.
태국에서의 10일은...내가 이제껏 쓰지 않았던 감각과 근육을 맘껏 쓸 수 있는 시간이었다.
낯선 곳에서 느끼게 되는 적당한 긴장과 자유로움도 좋았고,
하루 종일 내 다리에 의지해 이동하고 땀흘리는 것도 참 좋았다.
머리보다 몸을 쓴다는 건, 사람을 단순하게 하면서도 솔직하게 만드는 일인 것같다. 겸손해지기도 하고..
내가 갔던 곳은 방콕, 아유타야, 치앙마이 세 곳이었는데 열흘 동안 세 곳을 가는 일정도 빠듯했다.
갔던 곳 중에는 치앙마이가 인상적이었다.
방콕에 비해 평화롭고 조용하고, 사람들도 선하고, 걸어서 다닐 수 있는 곳도 많다.
보통 트래킹하러 많이 온다는데 사실..트래킹은 내가 생각했던 그 트래킹과 달라서(나는 계속 산속을 걷는 걸 기대했는데 코끼리 타고, 부족 한 곳 찾아가고, 대나무 배 타고 래프팅하는 게 다였다. 차로 이동하면서....) 그냥 그랬지만 그래도 치앙마이는 오래 머물고 싶은 도시였다.
다시 방콕으로 돌아오기 전날 밤에 음악을 사랑하는 아저씨가 운영하는 작은 바에서 음악도 듣고, 짧은 영어로 음악에 대해 이야기도 하고, 서로 친구가 되어 오래동안 치앙마이가 기억에 남을 것같다(그 바의 이름은 barli다. 아저씨는 밥말리를 좋아했다).
방콕에서도 한 대학의 재즈학부 선후배들이 라이브 연주를 하는 재즈바를 발견하고는 이틀 밤 그곳으로 출근했었다. 사실 그렇게 훌륭한 연주는 아니었지만 연주비가 따로 없기도 했고(도네이션을 하는 것으로 성의를 표현하는 정도...) 그 시간 자체를 즐기며 연주하는 뮤지션들이 부럽기도 해서 찾게 됐다(그 곳의 이름은 jazz happens!). 외국인들은 보기 힘들고 현지인들이 찾아 즐기는 그런 곳라는 것도 좋았다. 여행을 가게 되면 외국인들이 자주 찾는 곳을 아무래도 가게 되는데 내가 갔던 곳 중에서 현지인들과 함께 할 수 있는 몇 군데 중 하나였다.
또 하나 돌아오기 전전날 짜뚜짝 주말시장 갈 때 버스타고 찾아갔다. 보통 택시나 뚝뚝 많이 이용하는데 그 전날 방문했던 한 사원에서 명상프로그램이 있다고 해서 찾았다가 시간이 맞지 않아 명상은 못하고, 지도해주는 할아버지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버스타고 가는 방법을 알려줘서 버스에 도전해봤다. 에어컨이 나오고 안내원이 있는 버스라 탈 만 했다(방콕의 버스는 에어컨이 있는 버스와 없는 버스로 나뉜다). 현지말을 못하는 사람이 타는 법은 별로 없는지 안내원이 우리를 신기하게 여기며, 우리 옆에 와서 한국말로 숫자 세는 법도 물어보고(버스비가 13바트였는데 한국말로 13이 뭐냐, 15는 뭐냐, 17은 뭐냐...자꾸 물어봤다..근데 놀랍게도 우리 나라 숫자와 태국 숫자의 발음이 비슷했다!) 내리는 곳도 친절히 안내줬다. 우리는 사진 찍는 걸로 감사를 표했고^^
한국인들에게는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아유타야도 가볼 만한 곳. 방콕에서 1시간 반~2시간이면 가는 가까운 곳이다. 버스타고, 물어물어 찾아가고 싶었지만 친구가 편할 길을 권해 1일 투어 신청해서 갔는데 투어자 중 절반이상이 한국인..ㅋㅋ 덕분에 여행 다니며 가장 많은 말해 본 날이었다. 그 때 만났던 한국인들은 하나같이 태국에 왜 배냥여행 오는 지 모르겠다는 반응. 그들은 뭘 기대하고 여행을 왔던 걸까?
아유타야는 버마(미안마)가 태국을 침공하기 전의 수도로 유네스코에 건축 양식이 등록되어 있다고 한다. 스리랑카 스타일에 방콕, 그 밖의 다른 나라의 양식이 섞여서 오묘한 느낌을 주는 곳이었다. 앙코르와트를 다녀온 친구말로는 굉장히 비슷하다고 하던데...아직 가보지 않은 나로서는 새롭고, 신비로운 느낌의 건축양식이었다.
처음 출국하고 방콕에 도착했을 땐 떠나왔다는 그 자체로 설레고, 흥분되고 즐거웠는데
하루, 이틀 시간이 흐르면서 '여행이란 건 뭐지?'라는 물음이 머리 속을 떠나지 않았었다.
한국에서 보내 던 일상을 벗어나 하루 하루가 새로운 이벤트같은 느낌이 드니까...이럴려고 내가 떠나왔던 건가 싶기도 하고, 일상같은 여행은 어떻게 가능한 걸까 싶기도 하고...난 뭘 보고 싶었던 걸까 나에게 질문하게 되기도 하고...암튼 정확한 답을 찾지는 못했지만 여행에 대해 처음으로 진지하게 생각하고 물음을 던지게 된 것같다.
사실 예전에 나는 여행에 대해 별 관심이 없었다. 떠나봤자 다시 돌아와야 되고, 방에 처박혀 혼자 공상하고 음악듣고 그런 시간이 더 즐겁고 치유가 된다고 굳게 믿고 있었기 때문에 여행은 짐 쌓고 예약해야 하고 이것저것 알아봐야 하는 귀찮은 일 중 하나로 치부되어왔다.
그런에 이번 여행을 통해 '여행'을 고민하게 됐고, 이번 여행의 가장 큰 수확이 아닐까 싶다.
여행에 대한 내 물음에 답을 찾기 위해서는 계속 여행을 떠나봐야 할테니..
다녀와서 여행에 대한 에세이를 읽어보려고 책도 빌려뒀다. 작가들은 뭐라 이야기하고 있는지 궁금해서. 만나는 사람들에게도 질문해 보고 있고. 여행을 뭐라 생각하는지, 왜 여행을 떠나는지...
마지막으로 방콕에서 인상적이었던 것 세 가지
1. 길거리에 개와 고양이가 정말 많았다는 것. 불교국가인 태국에서는 윤회사상을 믿어서 강아지, 고양이를 거두고 먹이는 데 인심이 후하다고 한다. 집에 두고 온 강아지도 생각나기도 했고, 개와 고양이를 무서워하는 사람들이 오기는 참 힘들겠구나 싶기도 하고..
2. 방콕과 치앙마이를 오갈 때 기차를 타고 갔는데 시간표에는 14시간 이동하는 걸로 되어 있는데 정작 도착은 15~16시간이나 걸렸다. 돌아올 때는 방콕에 진입해서만 1시간이 걸렸을 정도로..기차 도착 시간이 정확하지 않았다. 우리나라는 ktx가 생기면서 도착시간이 20분만 늦어도 난리가 나는데 무려 2시간이나 늦게 도착하다니...태국 사람들은 어떤 식으로 약속하는지도 궁금해졌고, 별다른 동요나 불만을 표현하지 않는 그네들의 시간관념도 나름 마음에 들었다. 그렇게 살아도 큰 문제는 일어나지 않는데 우리는 왜 그렇게 빨리 빨리를 외치며 살아가는지...
3. 방콕은 제1세계 사람들이 즐겨 찾는 관광지다. 방콕에 있는 동안 카오산로드에 묵었는데 조금 과장해 본다면 그 곳이 유럽인지 태국인지 헷갈릴 정도였다. 동남아시아에 갔는데 서양인들와 함께 있다는 게 아무런 이유를 설명할 수 없지만 좋았던 순간도 있었고, 왠지 슬프기도 하고 그랬다. 그들의 주머니를 열기 위해 웃음을 파는 태국 여성들을 보면서도 씁쓸했고, 그들의 발을 마사지하는 현지인들의 모습을 보면서도 서글펐다. 우리나라도 태국보다 훨씬 잘 사는 나라인지라 그 곳에서 대접받으며 지낼 수 있는 형편이었는데(내가 그랬던 건 아니지만) 그것도 좀 불편한 느낌이 들기도 했고...아마 이 설명하기 힘든 감정이 내가 여행에 대해 질문하게 되는데 영향을 미친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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